이번 글은 게임 스토리 텔링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다가 보면, 게임 스토리를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지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RPG 장르에 관계된 게임을 개발하고 있을 때 더욱 그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흔히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 가게 됩니다.


  • 영상(게임 외 영상 또는 인게임 영상)을 통한 스토리 전달
  • 퀘스트 (메인 퀘스트 또는 서브 퀘스트 및 이벤트)를 통한 스토리 전달
  • NPC 대사를 통한 스토리 전달
  • 기타 등등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장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 영상을 스킵하면 어쩌지? (그렇다고 영상 스킵 기능을 없앤다면, 플레이어가 굉장히 불편해 할 것입니다.)
  • 퀘스트의 TEXT 를 안 읽으면 어떻게 하지? (모든 퀘스트에 음성을 넣어도, 사운드를 끄고 하면?!)
  • NPC 대사의 TEXT 를 안 읽으면 어떻게 하지?
  • 기타 등등 안하면 어떻게 하지?


 플레이어들의 성향은 다양하고, 또한 다양한 환경에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할 부분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관련하여, 타 게임들은 어떻게 이러한 스토리 텔링 문제를 해결했는지, 제가 경험해본 성공적인 스토리텔링 사례를 가진 3가지 게임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디아블로 3 (Diable III), 블리자드 

- 배경 구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한 사례


 디아블로 3은 게임에 진입하자마자, 몬스터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는 마을에 방문하게 됩니다. 디아블로 3는 TEXT와 음성을 모두 지원하지만, TEXT를 읽지 않아도, 사운드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은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고, 플레이어는 이 마을을 위해서 몬스터들을 처치해야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디아블로 3는 이렇게 맵의 배경 배치를 통해서, 스토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게임을 하여도, 디아블로3 초반부를 경험하면, 디아블로3는 몬스터에 의해 침공받는 마을과 사람들을 구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2.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블리자드

- 배경 구성과 짜임새 있는 몬스터 구성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한 사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MMORPG 이기 때문에,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게임 역시 퀘스트와 NPC 대사의 TEXT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지만, 전쟁 분위기를 맵으로 연출하고, 관련된 적들을 처치하는 퀘스트를 제공함으로서, 스토리를 전달하고, 적대 세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립구도를 알지 못해도, 배경 연출을 통해 세계가 전쟁 중이며, 2가지 진영이 서로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몬스터 구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3. 길드워2 (Guildwars 2), 아레나넷

- 배경 연출과 몬스터 그리고 컷신을 사용하여 스토리를 전달한 사례


 길드워2 는 MMORPG 로 세계관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 스토리 전달입니다. 게임에 진입하면 튜토리얼 전투를 통해서, 세계가 위험에 빠져있고, 플레이어는 이러한 세계를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또한 퀘스트를 제공하는 각 마을들의 진입 부분에 해당 마을의 문제 요소들(몬스터)을 배치하고 마을을 그러한 분위기로 연출함으로서 퀘스트를 읽지 않아도, 어떠한 상황에 놓인 마을과 세계인지를 알 수 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길드워2 역시 배경 연출과 몬스터 구성 그리고 컷신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 3가지 게임은 평가자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토리 텔링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들입니다. 이러한 게임들을 살펴보면,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을 제공한 RPG 들은 대부분 TEXT나 음성에 의존하지 않고, 그와 별개로 피해갈 수 없는 장치(주로 배경 구성 및 배경 연출)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게임 내 컨텐츠들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마을 배경에서 다짜고짜 몬스터를 잡아오라고 하거나, 갑자기 마을 바깥에 있는 양을 잡아오라는 퀘스트를 전달하는 것은 아무런 스토리도 전달해주지 못합니다. 몬스터에 의하여 파괴된 마을 배경에서 몬스터를 잡아오라고 한다면, 퀘스트 내용을 별도로 전달하지 않아도, 플레이어 행동에 의하여, 마을의 평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마을을 연출하거나, 추위에 떨고 있는 마을을 연출한 후, 마을 바깥에 있는 양을 잡아오라는 퀘스트를 전달한다면,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도 왜 양을 잡아야 하는 지 대략적인 맥락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배경과 컨텐츠는 하나의 개연성을 가지면서 배치되어야, 보다 효율적인 스토리 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을 위하여, 배경과 컨텐츠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이보다도 많은 방법이 존재할 것입니다. 사실 현재 게임 시장이 넓어지고, 많은 게임들이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주는 이러한 스토리텔링보다 스토리와의 개연성을 고려하지 않고, 컨텐츠를 제공하거나, 개연성 없이 그저 할거리를 제공해주기만 하는 단순한 노가다 게임들이 많이 보입니다. 


 과거의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거나, 자신의 생각 또는 철학을 전달하는 플레이어와 커뮤니티의 용도로 게임을 많이 활용되어 왔습니다. 근래에 들어 발매되는 게임들에서 그저 과제만을 제공하고, 유료화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추구하기만 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게임 관계자로서, 매우 아쉬워서 이렇게 두서 없는 글을 남겨 봅니다.


Posted by Kr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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